비타민/1. 시

풍경이 있는 시(틈)

도아meein경미 2006. 5. 28. 22:07
 


틈 / 이수익
문틈 사이로
처음엔 너무나 아귀가 잘 맞아서
좋은 궁합이었던 문틀 사이로
어느새
틈이 벌어졌다. 화해가 먹혀들지 않는다.
둘 사이를 힘껏 끌어다붙여도
절대, 다시는,
재결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.
오랜 세월이 부리는 심술
별거別居의 틈새가 사납다.
영원히 함께! 약속으로 입맞춤할 수 있는 일
지상엔 아무것도 없다.
눈부시게 천 년 누대累代를 받쳐온 종탑도
수백만 년 견뎌온 저 산 암벽 덩어리도
결국엔 균열이 가고,
틈이 벌어지는 것이니
서로 멀어질 수밖에 없다.
젊은 날 피로써 사무쳤던 붉은 인연이여!
맞이하자, 기꺼이,
저 치밀하고도 집요하게 시간이 밀어내고 있는
우리 사이 슬픈 틈새를.

* 시 : 현대문학 7월호 
* 음악 : Christopher Peacock-Cavatina
* 사진 : 한다발 풍경소리

			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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