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야기/2. 아름다움에 이르러

새끼손가락과 둘째손가락.

도아meein경미 2006. 12. 9. 12:23
 

금요일 오후.

 

수업마치고, 급한 업무 대충 마무리하고 출장길에 올랐다.

반갑지 않은 차 밀리는 금요일 오후의 출장.

 

운전해 주는 동료와 이런저런 얘기하며 밀리는 도로에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.

큰 아이 담임선생님 전화다.

 

아침에 애가 좀 늦었는데 그래서 걱정하시나 보다 싶어

죄송하고, 고맙고, 부끄럽고,,,등등 한 맘으로 전화 받고 인사하니

우리 아이가 다쳐서 병원에 있다신다.

 

작은녀석과 달리 침착하고 느긋한 아이여서 그동안 축구 좋아해서 자주 해도 다쳐본 적이 없는데,,,,

지금 난 꼼짝 못하는 상황인데,,,,,,,,,,,,,,,,,,,,,,,,,,,,,,,,

 

선생님이 병원에서 치료 받고 학교 데려가서 집으로 보낼테니 걱정말라신다.

새끼손가락은 탈골이고, 둘째손가락은 인대가 나갔댄다.

 

월요일에 대학병원에 꼭 가봐야한다고 병원에서 말한댄다.

얼마나 아플까,,,,,월요일부터 기말고사 시험인데 어쩌나,,,,,

 

출장지에서 이런저런 협의하고 전달사항 전해 듣고

휴식시간에 큰 아이에게 전화하니 안 받는다. 여러 번 해도 여전히,,,,,

 

2부에는 분임별 토의가 있다는데 꼭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해서 담당자에게 사정 말하고

차를 안 가지고 간 탓에 동료교사까지 1부만 참석하고 집으로 오는 길.

 

 

큰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.

학교에서 보충수업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란다.

 

깁스한 곳이 새끼와 둘째여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댄다.

엄지나 둘째, 셋째였으면 어떻게 펜을 잡을 수 있겠냐고.

 

펜잡고 글씨 써보니 좀 불편해서 그렇지 쓸만하다고, 천만다행이라고.

아프지도 않으니 걱정마시라고.

 

집에 가서 옷 갈아 입고 저녁 먹고 학원 갈테니 엄마 서둘러 오시려고 무리하지 마시라고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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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냥 철부지라고, 언제나 철이드나 하고 어린애로만 보았는데,,,

담임선생님이 듬직한 아이라고 말씀하셔도 걱정이 많았는데,,,

 

어느새 엄마보다 더 철든 생각을 하고, 말을 한다.

오히려 감기 걸린 동생이 악화되어 중이염으로 갈까 걱정한다.

 

이 정도인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.....

 

꼬맹이가 밤새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서 물수건 갈아 올리며 밤을 새우고 병원에 다녀왔어도

이렇게 견딜만 한 것은 엄마에게 자식이 차지하는 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. 

 

몇 일 전 건강이 악화되셔서 병원에 계시는 어머님께는 남편이 갔는데

어머님이 얼마나 불편해하실지,,,,,,,

 

아플 때 아이나 어른이나 아빠보다 엄마를, 아들보다 며느리를 찾는 것은

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따뜻하고 부드런 모성애 때문이겠지?

 

저녁에 남편이랑 교대하려면 서영이가 빨랑 나아야할텐데....

 

큰아들, 작은아들 다치고 아프니 내 기침감기는 슬그머니 숨어버렸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