비타민/1. 시

눈길이 닿으면,,,

도아meein경미 2007. 6. 29. 09:07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개망초꽃 / 안도현 


         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
          개망초꽃은
         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.
         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
         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
         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
          개망초꽃은 핀다.

         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.
         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.
          그 모습을 늦여름 한 때
         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
         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.
          훗날 그 보잘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
         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
         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.